우리 전공이 없어졌어요

사립대학교 잇따른 학사구조조정에 학생들 울상

취업율 위주의 학사 개편, 본질은 대학 평가 점수 따기

 

건국대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한 채 시위하고 있다.(사진제공: 〈건대신문〉)
건국대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한 채 시위하고 있다.(사진제공: 〈건대신문〉)

 

건국대학교, 학사구조조정 계획 발표

 

건국대학교(총장 송희영)가 지난 3월 17일 교무처를 통해 학사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건국대 학교본부에서 3월 22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교육 내실화와 학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사·중복 전공(학과)을 통합하고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는 학사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건국대 입학 전형은 단과대학, 학부(전공), 학과 단위를 혼용해왔지만 내년도 신입생부터는 전원 학과별로 선발하기로 했다.

 

학사구조조정에서는 학교 측이 유사하거나 중복된다고 판단한 총 10개 학과(전공)가 통폐합 대상이 됐다. 건축대학에서는 건축학부 소속의 건축설계전공, 건축공학전공, 주거환경전공이 건축학과로 통합된다. 정보통신대학은 인터넷·미디어공학부, 컴퓨터공학부, 전자공학부 등 3개 학부가 학과로 전환되며 각 학부에 소속되어 있는 전공이 통합된다. 예술디자인대학에서는 영화학과·영상학과, 공예학과·텍스타일디자인학과가 하나로 합쳐진다. 이외에도 상경대 4개 학과는 3개로, 경영대학 3개 학과는 2개로 줄어들며 각 대학에서 소비자정보학과와 경영정보학과가 폐과된다.

 

건국대 측은 이번 학과제 전환에 대해 “(순차적 구조조정을 통해) 인문학에서부터 첨단 공학과 생명바이오, 경영, 예술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을 중점 육성하고 전문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융합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여건을 확고히 했다”고 자평했지만, 학생들은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본부가 전공 학과를 없애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작 사안의 당사자인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예술디자인대학, 그중에서도 영화과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조리한 학사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화과 학생들은 학사 개편안이 발표된 22일 당일부터 행정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하고, 24일부터는 릴레이 단식 농성을 진행중이다. 통폐합 대상이 된 다른 학과 학생들도 농성에 참여했다. 한편 SNS에서는 #saveKUFILM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건국대 영화과를 지지하는 캠페인이 일반인 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도 널리 확산되며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이번 학사구조조정에서 통폐합 대상이 되지 않은 학과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며 학생들의 투쟁은 급물살을 탔다.

 

4월 2일에는 건국대 학생 최고 의결기구인 학생총회가 노천극장에서 열렸다. 전체 정원 수의 10%인 1700명 이상이 참석해야 열리는 학생총회에는 이날 2400여 명의 학생들의 참석했다. 이전에도 몇 차례 소집된 적은 있었지만 정족수를 충족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총회에서 두 가지 안건에 대해 표결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 안건은 ‘학칙 개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학칙에 규정하라’라는 것으로 투표자 2,345명 중 찬성 2,074명, 기권 270명, 반대 1명 등으로 통과됐다. ‘학교 측의 일방적 2016년도 학사개편안을 반대한다’는 두 번째 안건도 찬성 2,273명, 기권 130명, 반대 2명 등으로 의결됐다. 학생총회 측은 학제개편에 반대한다는 것과 함께 학제 개편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학교본부 측과 학생 측이 공식 면담을 가졌다. 학교 측은 “이같은 혼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학칙을 개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학생 참여 소통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학사구조개편은 과거 몇 년간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어져 왔고, 2016학년도 개편안에 대해서 지난 해 3월부터 대학본부가 단과대학장을 포함한 학문단위 교수들과 논의와 협의 과정을 진행해 왔다”며 “교육부 대학평가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니 이해해 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선진화 계획안’ 둘러싸고 학교본부-교수 대립

 

앞서 중앙대학교(총장 이용구)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중앙대는 2월 26일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이하 ‘계획안’)을 발표했다. 건국대와는 반대로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모집단위 광역화를 통해 “유연한 학문단위 구조를 구축”하여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중앙대가 내놓은 복안이다. 이 계획안에 따라 2016학년도부터 인문·사회·자연·공학·체육대학 신입생들은 입학할 때 전공을 정하지 않고 2~3학기 동안 기초적인 전공 수업과 교양 수업을 병행한 뒤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사범대학, 예술대학, 의·약대학, 간호대학은 제외). 중앙대 측은 이런 변화에 대해 “우리 대학이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사회의 요구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밝혔다.

 

중앙대 교수들은 즉각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와 각 단과대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계획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총장과 기획처장에게 공식 질의서를 발송하고, 학교본부가 강행 추진하는 계획안이 “5~6명의 교수들이 밀실에서 작성해 천 명이 넘는 중앙대학교 교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던져서 강요한 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수대표 비대위는 공청회, 교수투표 등을 통해 “무너진 대학사회의 민주적이고 건전한 질서를 회복할 것”이라며 만일 학교가 계획안을 학칙개정안으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시하면 이를 “전체 교수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총장과 책임있는 본부 보직교수들에 대한 불신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집단위 광역화는 ‘사실상 학과제 폐지를 가미한 학부제의 확대가 아니냐’는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학부제를 시행하지만 결국 취업에 유리한 특정 학과로 학생들이 쏠릴 것이고, 수업 개설이 어려울 정도로 선택률이 저조한 전공은 결국 폐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학교본부 측의 계획은 결국 전공들끼리의 경쟁을 심화시켜 상대적으로 ‘돈 안 되는’ 학과들을 자연스럽게 고사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중앙대의 모집단위 광역화는 비인기 전공들이 순차적으로 폐지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와중에 학교본부 측에서 총학생회 측의 성명서를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보도자료가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학생회의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전에 이에 대한 보도자료가 나왔다는 것이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학교본부 측의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

불똥은 학생들에게?

 

이같이 대학들이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학사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배경에는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이 있다. 작년 1월 교육부(당시 장관 서남수)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같은 해 12월에는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대학 교육 개혁을 추진해왔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 국가사업 참여 제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학들이 부정적인 여론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친 교육부의 평가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한 학사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대학교육연구소 통계 기준으로 사립 일반대학 숫자는 291개에 달한다. 전체 대학 숫자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사립대의 역사는 정원 확대를 통한 몸집 불리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당시 전체 대학생 수는 1만 6천여 명에 불과했지만, 1975년에는 약 21만 명, 20년 뒤인 1995년에는 149만 명에 이르렀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에 들어와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책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대학 정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0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유명 사립대학들은 지방에 분교를 내며 더욱 정원을 늘렸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부터 대학 정원은 제자리를 맴돌거나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다. 양적 팽창을 통한 성장이 한계치에 이른데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겹친 탓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대학 입학 정원이 현행 56만여 명 선으로 유지될 경우 2018년이면 대학 입학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적어진다. 이렇게 발생한 초과정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2023년에는 무려 16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교육부 측의 설명이다.

 

교육부 평가 방안에 따라 평가 대상인 4년제 대학들은 올해 3월 20일까지 1단계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 2단계로 나누어진 평가를 거쳐 8월 하순에는 최종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후 각 대학에 등급을 부여해 등급이 높은 대학은 정원의 4%, 낮은 대학은 10%까지 감축하면 가산점을 부여한다. 한편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또는 국가장학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사립 대학의 비대화는 분명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그러므로 초과 정원에 미리 대비하고 대학 교육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논리도 대승적으로는 들어맞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취지에서 나온 대학 평가 방안이 도리어 학생들의 목을 죄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 평가 방안에는 전임교수 확보율 등 여러 가지 지표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학사 개편이 가장 빠르고 손쉽게 점수를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2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상황에서 몇 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대학들이 너도나도 학사개편에 나서 취업율이 낮은 과를 없애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혼란과 피해를 떠맡는 것은 학교가 아닌 학생들의 몫이 되고 있다.

 

(서이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