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선거 투표율, 무엇이 문제인가?

올해 학생회 재선거, 초유의 개표 불가 사태
제19대 총학생회·무용원·영상원·미술원 학생회 공석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진행된 제19대 학생회 재선거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해 무용원·영상원·미술원가 개표 요건인 투표율 40%를 채우지 못했다. 따라서 총학생회와 3개 원학생회가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11월에 있을 제20대 학생회 선거까지 우리 학교는 대표자 없는 공황상태를 맞이하였다. 연극원·전통예술원 학생회는 이미 지난 지난 선거에서 당선됐으며, 이번 재선거에서는 음악원 학생회만이 선출되었다.

 

모든 학생들은 학생회 구성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칙> 제4조에 따르면 휴학 상태가 아닌 모든 재학생들은 모두 학생회 구성원이다. 투표를 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우리 학교 학생회 활동 전반, 특히 학생회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만성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대부분 단일 선본이 출마하는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한다고 해도 대부분 당선된다면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의사 표현의 한 방법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회가 없다면?

학생회가 담당하는 업무는 적지 않다. 매학기 열리는 교학협의회는 학생회가 전체 학생을 대표해 학교 업무 담당자와 만나 불편 사항에 대해 항의하고 해결책을 협의하며 조율하는 자리다. 이제는 불편 사항들이 개별 민원으로 처리될 수 있을 따름이다.

 

또한 학생회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축제, 체육대회, 포항공과대학교와의 교류수학 등 학생 자치 행사들을 진행해왔다.

 

학생회 부재시 문제는 또 있다.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다. 2009년 감사사태가 터졌을 때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당시 학교 측이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아 결국 비상대책위원회가 총학생회 부속기관으로 새로 설립되고 나서야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대학 사회 구석구석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최근 건국대와 같은 일이 우리 학교에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부지 이전과 기성회비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다. 학교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는데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관이 부재하다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불만 있으면 찍어?

학생들을 선거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선거 독려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제18대 학생회 임원으로 구성된 선관위는 지난해 말 열린 제19대 학생회 선거와 이번 재선거에서 “불만 있으면 찍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도발적인 문구를 통해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러한 슬로건들은 이들이 선거에 대해 진지하고 독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또한, 낮은 학생회 선거 참여율의 원인을 기존 학생회 활동이나 선관위의 능력부족이 아니라 단지 학생들만의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난받을 법하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각 학생회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의 선거운동에서도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미술원 선본은 “선택의 여지가 없군!”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는데, 이에 대해 한 미술원 학생은 “학생들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술원을 비롯해 다른 원에서도 구체적이지 않으며 피상적이기만한 공약을 내걸었다. 학기당 한 번의 이불 빨래를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된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출마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떨어져서 올해 다시 재선거에 도전한 선본 대부분이 작년 투표에서의 공약을 그대로 썼다. 홍보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세 또한 선관위가 정해준 일정에 따라 몇몇 장소에서만 진행하였다. 선거철 정문에서부터 여기저기 선거복을 입고 손을 흔드는 타학교 선거와 비교되는 장면이다.

 

 

 

단일 선본이기 때문에 선거 독려가 중립성 해친다?

작년에 2학기에 있었던 연극원 학생회 선거에서 “과도한 투표 독려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언사들이 (…) 오가는 메신저창 안에서 선본이 있었고,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투표 무효 처분을 받은 바있다. 당시 선관위는 “(단일 선본이 많은) 학교 특성상 투표율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선거 결과에 대부분의 영향을 미치므로 과도한 투표 독려 행위를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또한 “연극원 선본의 투표 독려는 다른 선본과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근거를 들었지만, 여기에는 논리적으로 허점이 많다. 애당초 연극원에는 단일선본이 출마했고 따라서 경쟁 구도가 아닌 선거에서, 연극원 학생회가 투표를 독려한다고 해서 다른 원 선본에 어떤 불이익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재심의를 거쳐 투표 무효는 되지 않았고 선본이 공개사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었지만 이후 선본들이 선거를 독려하는 데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더군다나 선관위 차원에서도 선거 독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관위는 학교 등지에 붙은 포스터와 학내 포털 사이트 누리와 총학생회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선거를 홍보했다. 한 학우는 누리(학내 포털 사이트)의 학생회 게시판에 “(다른 학기와 달리) 투표 독려 문자가 오지 않는 점”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문자 공지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고 3일 6시에 발송되기로 예정되었다던 독려 문자는 연장선거 마감 40분 전에야 전체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투표소 관리의 문제

속칭 ‘선거 알바’에 대한 관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거 알바들은 지정된 날짜에 각 투표소에 배치돼 학생들의 투표 독려는 물론 실질적인 투표소 관리를 담당한다. 그러나 선거 알바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거 독려를 하지 않을 뿐더러 선거시행세칙에 관한 주의사항들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잡음이 이는 경우도 있다. 지난 선거의 연극원 선본 사태도 부분적으로는 선관위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해당 선본의 반발로 결국 추후에 선관위가 잘못이라고 인정하긴 했으나 선관위는 연극원 선본이 투표소에서 선거인명부를 열람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선거인명부는 선거 도중 입후보자는 물론 일반 학생들에게도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문서다. 그러나 선관위가 진행한 선거 알바 교육 당시 그 부분이 제대로 교육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이번 재선거에서 선관위는 연장 투표 진행이 확정된 투표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다음 날의 선거 알바 모집 공고를 냈다. 결국 선거 알바를 모두 구하지 못해 학생들의 한 표가 절실한 연장 투표 기간 동안, 몇몇 투표소는 문을 닫아야 했다. 최근 몇 년간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심심찮게 연장 투표가 이루어져왔고, 이번 재선거에서도 투표율 추이가 저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선거 알바를 미리 구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학내정치의 부재

오늘날 벌어진 사태는 사실 예고된 일이었다. 총학생회 및 원학생회는 그 기반이 되는 과학생회와 동아리 등 자치활동이 활발할 때에야 의미가 있다. 적지 않은 과학생회가 사실상 그 기능을 잃었으며, 심지어 개강총회와 종강총회를 하지 않는 학과도 있다. 과학생회가 불활성화된 상태에서 총학생회와 원학생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해도 “끼리끼리 논다”는 인식만 커져갈 따름이다. 그러는 동안 총학생회장 자리는 마치 ‘폭탄 돌리기’ 게임처럼 기존 학생회 임원 중 누구도 내켜하진 않지만 누군가는 떠맡아야 하는 자리가 되었다.

 

 

 

우리는 학생회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받아야 한다. 학생회는 학생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 기반이 무너졌다. 이제 ‘학생’의 목소리는 사라졌고 개인의 목소리만 남은 것이다. 이 기반을 다시 쌓기 위해서는 학생회에 무관심한 학생들을 훈계하기보다는 과학생회와 동아리처럼 보다 작은 자리에서부터 학생들이 만나야 한다.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졌을 때에야 비로소 튼튼한 학생 사회를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이다·이상연·박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