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평가·교수 채용 비리, ‘쇄신’은 가능한가?

2013학년도 무용원 실기과 입시 부정 포착… 유명무실 <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

 

지난 3월 2일, 우리 학교의 입시평가에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KBS·SBS·경향신문·JTBC를 비롯한 여러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다. 2013학년도 무용원 실기과 예술사 신입생 선발에서 내부 평가위원인 A 교수는 외부 평가위원들에게 특정 응시생 4명을 유심히 봐 달라고 청탁하는 등의 부정을 저질렀다. A 교수의 부정행위로는 △평가 전 외부 평가위원 2명에게 “우리 학교가 주최한 콩쿠르대회에서 입상한 응시생들이 있는데, 그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하다”고 언급 △평가표의 특정 응시생 이름 옆에 체크(V)표시를 하며 이들을 유념해서 봐 달라고 언급 △실기 동작 종료 후 시험 현장을 녹화하던 카메라를 끄도록 시험 입회요원에게 요구 △평가표를 수거하기 이전 시험 진행요원과 입회요원을 내보낸 뒤 평가위원들에게 재차 특정 응시생들을 잘 봐 달라고 부탁 △응시생 가운데 남자들의 실력이 우수하니 남자는 5~6명, 여자는 3~4명을 뽑자고 발언 등이 있다. 실제로 외부 평가위원들은 평가표에 체크(V) 표시된 학생들에게 응시생 중 1위에서 5위에 해당하는 90점 이상의 높은 평가점수를 부여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시험 관리지침>과 <국가공무원법> 제56조·제78조 1항 2호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현재 감사원은 우리 학교 측에 A 교수의 정직을 요구한 상태다.

 

우리 학교의 신입생 선발 부정이 비단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발생한 일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시사주간지 <한겨레21> 491호(2004년 1월 2일 발행) 기사에 따르면, 2004학년도 음악원 기악과 입시에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기악과 모 교수에게 개인교습을 받은 한 고3 수험생을 교수의 전공악기 신입생으로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수는 2003년 11월 28일 2차 실기시험 당일 시험시간 1시간 전까지 이 학생의 개인교습을 진행했다. 입시에 불합격한 학생과 학부모는 의혹을 제기하며 실기시험 채점표 공개를 요구했다. 당시 우리 학교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2년 1월 20일 불법교습 및 부정입학 혐의로 음악원 기악과 콘트라베이스 전공 이호교 교수가 직위 해제되었다. 이 전 교수가 2002년부터 11년간 가르친 학생 19명 모두 음악원 기악과 콘트라베이스 전공으로 합격했는데, 8년 전 “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두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던 학교의 입장이 번복된 것이다. 또한, 2009년 10월 6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134명의 교수 중 자녀를 우리 학교에 입학시킨 교수는 18명으로 총 25명의 자녀가 입학했으며, 18명의 교수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이 재직 중인 원에 자녀를 입학시켰다. 이에 대해 채점 및 평가 등에서 부적절한 절차를 통해 입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렇게 몇 차례 발생했던 입시 부정 사건에 대해 박종원 전 총장은 2012년 4월 24일 “공정하게 학생을 선발해야 할 국립대학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여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시험위원 제척 범위를 현행 5촌 이내 친인척에서 ‘과거 지도한 경험이 있는 자’로 확대 △실기시험 현장에 시험 입회 요원을 배치 △실기 현장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평가위원 간 담합 및 의견 교환 등의 행위를 차단 △입시 비리 온라인 신고센터 신설·운영 △교원 실천지침 제정, 의무 및 본분에 대한 공지 등이 있다. 그 일환으로 2012년 7월에는 익명의 입시비리 온라인 신고창구인 ‘클린입시신고센터’를 구축,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2일 감사원이 발표한 입시 부정 감사 내용은, 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2012년 10월에 치러진 2013학년도 무용원 신입생 선발에 대한 것이었다. 시험 입회 요원과 동영상 녹화는 유명무실했다.

 

교원 채용 부정 문제 역시 학생 선발 부정 문제와 마찬가지였다. 2014년 3월 12일 검찰이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김현자 전 무용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2011학년도 무용원 교수 채용 과정에서 정선혜 전 무용원 교수가 이들 두 사람에게 약 3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교수뿐만 아니라 원장까지 얽힌, 이른바 ‘정선혜 사건’이 보도되기 이전에도 이미 교원 채용에 문제가 있음이 몇 차례 언론에서 언급된 바 있다. 2011년 5월 공지된 우리 학교 교수 공개 채용에서 박종원 전 총장이 영상이론과 전임교수 2명 중 심광현 교수를 영상이론과 교수 채용 심사위원에서 제외했다며 당시 영상원 전체교수회의, 한예종 교수협의회, 영상이론과 재학생·졸업생, 총학생회 등이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정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심 교수가 배제된 채 채용 심사가 진행된 바 있다. 2011년 10월 8일에 진행됐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작년과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한국무용 전공 교수공채에 비리 의혹이 있다”, “특정인에게 특혜를 베푸는 등 합격자를 미리 내정해 놓고 형식적인 공채행위를 치렀다”고 주장하는 등 우리 학교 교수 공채를 문화체육관광부 및 감사원이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즉, ‘정선혜 사건’은 어떤 전조 없이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이에 2014년 3월 25일 구성된 우리 학교 비상쇄신위원회(위원장 정성진·5명의 외부 위원과 4명의 내부 위원으로 구성)는 4월 2일부터 5월 28일까지 다섯 차례의 회의를 거쳐, 교원 채용 및 학생 선발 시스템 보완을 골자로 한 쇄신안을 같은 해 6월 24일에 내놓았다. 비상쇄신위원회는 ‘더 투명한 학교를 위하여’ ‘보다 활기차고 자유로운 학교를 위하여’ ‘한 단계 도약하는 학교를 위하여’를 쇄신안의 3대 정책방향으로 하여, △교수 채용 시 심사위원 심사점수 공개 및 전공 학생이 참여하는 공개심사 방식 도입 △외부 전문가로부터 추천서를 받는 ‘외부 전문인 추천제’ 신설 △특채제도 보완 및 적극 활용 △교원 채용 및 학생 선발에 비리가 발생하면 해당 원·과 통폐합 및 학생 선발 정원 축소 등 총 15개의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원 채용과 학생 선발 비리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에게까지 돌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이 쇄신안은 강제력이 없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실질적인 힘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2015학년도 1학기 개강과 맞물린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는 3년여 전에 발표된 <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의 역할이 미미했음을 드러냈다. 오는 3월 25일로 구성된 지 1년째가 되는 학교 비상쇄신위원회는 작년 6월 24일의 쇄신안 제안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추가로 공식 발표한 내용이 없다. <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의 유명무실함이 드러난 현시점에서 우리 학교의 쇄신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서 의문과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년 쇄신안 발표 당시 김봉렬 총장은 “비상쇄신위가 제안한 쇄신안은 단기과제와 중장기과제로 구분, 단기과제는 올 하반기부터 이를 반영해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 과제는 현재 수립 중인 학교 중창(重創)을 위한 시행계획에 포함하여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총장이 밝힌 것처럼, ‘비상’ 쇄신위원회의 쇄신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항상’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안소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