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와 나
작가 ‘오정희’ 를 말할 때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년이다. 어린 아이부터 중년 여성까지, 오정희는 작가 자신의 나이가 변해감에 따라 여러 여성 화자를 내세운다. 화자와 작가의 나이가 변하면서 소설이 안고 있는 문제의식과 딜레마도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중국인 거리> 와 <유년의 뜰> 에서 오정희가 보여주었던 유년의 모습이다.   유년은 [...]
Into the woods
1933년, 뉴욕 지역에서 미술품 도난사건이 잦아지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독일 셰퍼드 한 마리를 고용했다. 소정의 박물관 매니지먼트 과정을 마치고 업무에 투입된 경비견 돈(Don)은 낮에는 미술관 뒷마당에서 낮잠을 자고, 오후 6시가 되면 미술관 내부를 활보하며 경계근무를 섰다. 어찌나 경계심이 투철한지 미술관 2층의 마야 조각상을 보고도 짖어댈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났을까, 돈의 역량에 의문을 표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 [...]
만남의 기억과 교류의 현재를 담다
만남의 기억과 교류의 현재를 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태국 출라롱콘 대학교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프로젝트’의 태국 워크숍은 한-태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4일까지 2주간 진행되었다. 이번 워크숍은 20여 명의 학생들이 4개의 팀을 이루어, 한국과 태국에 대한 통찰들을 바탕으로 한 한 편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제작을 목표로 했다. [...]
르네상스 치정극, 『말피』를 2018년 한국에 올린다는 것은,
연극  『말피』, 9월 16일까지 혜화동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 21세기 관객에게 가장 잘 알려진 르네상스 드라마의 주인공은 햄릿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맥베스 부부,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그리고 리어왕과 코델리아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17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관객에겐 조금 다른 답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탬벌레인과 포스터스 박사, 그리고 말피 공작의 이름도 나왔을 것이다. 존 웹스터의 『말피 공작의 [...]
길을 가다 멈춰 서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사회는 무엇을 해 주는가
길을 가다 멈춰 서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사회는 무엇을 해 주는가
‘절규’와 대학 교육에 대한 지원   ‘에드바르 뭉크’는 고통을 표현한 ‘절규’1)를 그렸다.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그려진 강렬한 그림이기에 괴로운 감정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정신없이 빠른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 지금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림 절규는 중요하지 않은 것 중 하나일 뿐이다.   뭉크는 절규하는 사람의 왼편에 행인들을 그렸다. 그들은 절규하는 사람과 아무런 교류도, 동요도 없이 지나쳐 간다. 이와 [...]
[이주의 도서관 자료] 이혁진 ‘누운 배’를 읽고 : 중이 떠나도 절은 그 자리에
[이주의 도서관 자료] 이혁진 ‘누운 배’를 읽고
중이 떠나도 절은 그 자리에
회사가 기세를 회복할수록 부패와 모략도 활개 하는 아이러니   <누운 배>의 화자인 ‘나’는 중국에 있는 조선소에 다닌다. 이 소설은 그 조선소의 진수1)를 마친 배가 바다 한복판에서 기울면서 시작한다. 배는 자동차와 트럭 6700대를 실을 만큼 거대했다. ‘나’는 배가 누우면서 발생한 경제적 손실로 회사가 파산할 것을 걱정했다. 회사가 파산하면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 실업자 신세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
철학자 스탠리 카벨 부고
철학자 스탠리 카벨 부고
시계視界의 시계市界에서 시계時計 맞추기   지난 6월 19일 철학자 스탠리 카벨(Stanley Louis Cavell, 1926~2018)이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카벨은 1963년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존 랭쇼 오스틴, 하이데거의 사상을 기반으로 윤리학, 미학, 그리고 일상 언어 철학의 장에서 주로 활동했으나, 특정 학파에 속한 학자는 아니었다. NYR Daily1)는 카벨에 대해 “그는 철학자이기 전에 재즈 뮤지션이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
잠의 무게의 가벼움
잠의 무게의 가벼움
수면이 충분한 인체의 가벼움과 수면이 부족한 삶의 질의 가벼움을 질문하고 공유하는, 수면예술가 잠의 잠식, 우리에게 잠이라는 수면의 무게는 각자에게 기체, 액체, 고체 또는 어느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가? 수면은 보편적이어서 편하고 쉬운 정서로 다가온다. 그래서 설명이 많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수면에 대해 생각보다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난 2년이란 시간 동안 수면 [...]
불안과 망상 그리고 범죄 사이에서
몰카범죄에 대한 단상
2018년 5월 19일 서울 혜화역에서는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는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래카메라(몰카) 사건의 피의자 검거 및 구속을 계기로, 몰카범죄 수사 및 처벌에 있어 피해자가 여성일 때와 남성일 때 그리고 가해자가 남성일 때와 여성일 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항의하고 몰카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할 것을 요구하였다.   경찰은 이 시위에 애초 [...]
{시간이 없다}, 무너진 신화로 표백된 고유의 시간
한 남자의 시간은 ‘순교자’가 된 자신의 동상에 박제되었다. 2018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시간이 없다>(So Little Time, 라비 무르에 연출)는 가상 인물 ‘디브 알 아스마르’의 시간을 좇는다. 앞서 선보인 렉처 퍼포먼스들과 비교했을 때, 보다 픽션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조명은 프로시니엄 극장처럼 무대만을 밝힌다. 중앙에 놓인 테이블 왼편은 직사각형으로 뚫린 채 수조가 그 아래를 받치고 있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