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기계에서 생산기계로
정보자본주의 시대 디지털 게임의 존재론적 변환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첨예한 게임 관련 이슈를 꼽으라고 한다면 중독 담론과 도박 담론, 폭력성 담론을 가장 맨 윗줄에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선혈이 튀기고 선정적인 게임이 청소년들의 폭력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 게임 중독/과몰입의 사회적 문제,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 문제들은 사실 전통적인 미디어 담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바보상자인 TV가 아이들의 [...]
독립운동가 가족의 삶: 김정육 선생님
독립운동가 가족의 삶
김정육 선생님
그들은 멀리서 내 인생을 관망했다.내가 태어난 지 반백년도 넘었을 때 아버지의 혼백이 서른 다섯 살이 되었을 즈음국가는 무거운 관뚜껑을 열어 억울한 유령을 선심 쓰듯 맞이하였다.어머니와 막냇동생이 어디 묻힌지 모른 채 살아온 세월은, 정확히 꼽아 보기조차 어려웠다. 태어나자마자 꼬리표를 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럼 어떤 꼬리표도 없이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이 땅에 발붙이고도 아무런 발자국이 [...]
교회와 극장 사이, 퀴어들의 연극
교회와 극장 사이, 퀴어들의 연극
<삼일로 창고극장 봉헌예배>, ‘쿵짝 프로젝트’ 공동창작, 삼일로 창고극장, 2018.12.1-2018.12.9 삼일로 창고극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2018년 수많은 소극장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대학로를 떠나는 와중 1970년대 소극장 운동의 상징이자 최초의 민간극장이 재개관한다. 마지막으로 폐관한지는 3년 만이고, 전체 폐관 횟수를 따지자면 7번만의 부활이다.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과 향린교회, 개신교 보수화의 상징 영락교회, 그리고 한국 퀴어 문화의 중요 거점 종로에 둘러싸인 삼일로 [...]
우리는 언제쯤 마음 놓고 춤출 수 있을까? – <자, 이제 댄스타임> (조세영, 2013)
우리는 언제쯤 마음 놓고 춤출 수 있을까?
<자, 이제 댄스타임> (조세영, 2013)
  다큐멘터리 <자, 이제 댄스타임>은 한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임신중절수술(이하 ‘낙태’)을 받은 여성들의 사연을 다루었다. 작품은 실제 낙태를 경험한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사연을 극영화처럼 재현한 푸티지들을 중간중간 삽입하며 진행된다. 첫 시퀀스, 젊은 시절 낙태를 했던 할머니들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지만, 생생한 과거의 기억은 그 과거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들 중 아무도 [...]
Neil Young, <Time Fades Away> – 도큐멘트된 어느 혼돈과 파열의 연대기
Neil Young,
1972년과 1973년은 캐나다 뮤지션 닐 영에게 기쁨의 시기였어야 했다. 1972년 발표한 의 성공은 그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사건이었다. 비타협적인 섬세함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누구라도 반길만한 멜로디로 무장한 이 컨트리 록 앨범은 사이키델릭 록이 지나간 자리를 채우는 일등 공신 중 하나였다. 영은 이 앨범을 통해 1970년대 컨트리 록 붐에 동참했다. 베트남전은 끝났고 사람들은 사이키델릭 록의 전투적인 환각에 넌더리를 내며 과거의 음악에 매혹되었다. 하지만 영은 이런 성공을 혐오했다. [...]
대학국악축제는 안녕하신가요?
바람의 향기가 달라지는 계절, 매년 국립국악원에서는 10개 대학의 대학국악축제가 열린다. 학교마다 고유한 색을 뽐내기 위해서 각각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매년 열리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의무적으로 연주하는 재롱잔치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5개의 대학의 공연을 관람하고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색해야 하는 길은 어디인지 고민해보았다. (날짜순으로 기재)   소문난 잔칫집 한양대 가장 전통적이라고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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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들여다본 휴대폰에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드라마 작가였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어서 어쩐 일일까 불길한 마음이 앞섰지만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회신을 채근하는 듯해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채 한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 너머에서 슬픔을 애써 가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업하던 원고가 사라졌다’고 했다. 지인 중 그나마 컴퓨터에 [...]
영화의 짧은 역사와 매체의 오랜 역사
미디어고고학이란 무엇인가?   ‘포스트(post-)’ 다음에, 무엇이 남는가?  최근 ‘포스트-미디어 시대’를 주제로 삼은 한 학회를 다녀왔다. 발표문을 준비하는 내내 되뇌었던 질문은 과연 ‘포스트-미디어, 즉 미디어-이후에 무엇이 남는가?’였다. 나는 미래를 예견하기에는 기술사적 지식도 마술사적 육감도 없지만, 막연하게나마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던 소통의 도구로서 매체를 본다면, 과연 포스트-미디어, 즉 매체-이후가 과연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최소한, 영화연구에 대한 [...]
오정희와 나
작가 ‘오정희’ 를 말할 때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년이다. 어린 아이부터 중년 여성까지, 오정희는 작가 자신의 나이가 변해감에 따라 여러 여성 화자를 내세운다. 화자와 작가의 나이가 변하면서 소설이 안고 있는 문제의식과 딜레마도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중국인 거리> 와 <유년의 뜰> 에서 오정희가 보여주었던 유년의 모습이다.   유년은 [...]
Into the woods
1933년, 뉴욕 지역에서 미술품 도난사건이 잦아지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독일 셰퍼드 한 마리를 고용했다. 소정의 박물관 매니지먼트 과정을 마치고 업무에 투입된 경비견 돈(Don)은 낮에는 미술관 뒷마당에서 낮잠을 자고, 오후 6시가 되면 미술관 내부를 활보하며 경계근무를 섰다. 어찌나 경계심이 투철한지 미술관 2층의 마야 조각상을 보고도 짖어댈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났을까, 돈의 역량에 의문을 표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