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서 아주 보이지 않아도
흩어져서 아주 보이지 않아도
  “나는 과학자가 될 거야” 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적 ‘암흑물질’이라는 개념을 어디서 처음 주워들었을 때, 나는 막연히 ‘이 암흑물질을 밝혀내서 우주의 마지막 비밀을 푸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었다. 천문학을 전공하면 근사하겠지 싶었다. 노벨상을 받는게 아닐까 헛물을 들이켰다. 고등학교 진학 후 치른 첫 시험에서 처참한 과학 성적을 받아들자마자 산산조각난 꿈이긴 했지만, 어쨌든 꿈은 꿈이었다.   [...]
엘렌 페이지는 꾸러기 부치다?
엘렌 페이지는 꾸러기 부치다?
많은 레즈비언이 엘렌 페이지는 꾸러기 부치[이하 “꾸부”]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다. 한때 트위터에서는 ‘담다디 부치’(담다디를 부르던 시절의 이상은 같은 모습을 한 부치)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영화 <캐롤>의 상영 당시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캐롤(케이트 블란챗)을 ‘여왕팸’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가씨>의 숙희(김태리)에게서 ‘부치’를 읽어내는 이들도 있었다. 최근 트위터의 모 사용자가 개설한 <’샤먼 부치-대통령 팸’ [...]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성평등을 위해 변화해야 하는 태도   양성평등상담실을 성평등상담실로 개칭해야한다 이름은 중요하다. 우리는 사물을 직접 마주하기 전에 그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대상의 모양새나 쓰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이름으로 서로를 식별한다.   우리학교 홈페이지의 여성활동연구소 소개글에 따르면, 여성활동연구소의 ‘여성’은 “사회의 약자와 억압받는 자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여성과 남성간의 임금 격차, ‘유리 [...]
연극과 웃음(2)
연극과 웃음(2)
  역사적으로 웃음과 희극성에 관한 논의는 비극이 그러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희극에 대한 간략한 언급을 보여준 이래 이러한 흐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는데, 삶에 밀접해 있으면서도 그동안 좀 더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웃음과 희극성에 대해 이번 기회에 짧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골도니의 코메디 <로칸디에라> 번역·출간을 [...]
서사인가? 놀이인가?
비디오게임 학계의 낡은 논쟁에 대하여     이 원고는 글쓴이의 학위논문 일부를 발췌, 수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비디오게임에 대한 담론의 지형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의 학계에는 비디오게임 연구에 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사이버텍스트』의 저자 에스펜 올셋(Espen Arseth)을 중심으로 일군의 학자들이 발간한 저널 《Game Studies》는 비디오게임에 관한, 그리고 비디오게임을 [...]
모두의 추억을 담아
모두의 추억을 담아
짐 샤먼의 <록키 호러 픽쳐 쇼> 블루레이   <록키 호러 픽쳐 쇼(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1975 감독: 짐 샤먼 제작: 이십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 2010 러닝타임: 99분 청구기호: BD 688.2 101     친구들의 결혼식에 가고 난 뒤 약혼한 커플 브래드와 재닛은 폭풍우가 몰아친 밤, 타고 있던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 잠시 길에서 멈춘다. 전화기를 [...]
아름다움의 우회로
아름다움의 우회로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   <아름다움의 구원(DIE ERRETTUNG DES SCHONEN)>, 2016 저자: 한병철 출판사:문하과지성사, 2016 페이지: 130 청구기호: 입고예정       <에로스의 종말> 이후로 한병철의 신작이 나왔다. <아름다움의 구원>, 수많은 철학자가 그래 왔듯 그도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아름다움, 혹은 예술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다. 물론, 사랑을 말할 때 그것은 결국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기‘에 [...]
Ⅲ.초기독일낭만주의 사상의 정리 혹은 결론-세계를 낭만화하라
Ⅲ.초기독일낭만주의 사상의 정리 혹은 결론-세계를 낭만화하라
  1)초기독일낭만주의 사상과 관련하여 슐레겔의 철학의 핵심은 ‘알레고리론’에 있다. 무한자인 우주자연의 운동도, 이에 대한 의식의 운동도 알레고리를 낳는다. 삼라만상은 단순한 개체 혹은 사물이 아니라 무한자가 산출한, 무한자 자신의 알레고리로서 신성을 지닌다. 또한 인간의 의식 활동도 개념(=철학)과 감각적 표현물(=예술)을 무한히 산출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의식을 통해 포착된 무한자에 대한 개념과 감각 역시 무한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알레고리일 [...]
여자가 검을 쓰는 방법
여자가 검을 쓰는 방법
호금전의 <대취협>   <대취협(Come Drink With Me)>, 1965 감독: 호금전 제작: Weinstein Co., 2008 러닝타임: 91분 청구기호: DV 688.2 18107 김용의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한 호금전 감독의 1966년 작 ‘대취협(大醉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영화가 가진 여러 개의 제목부터 정리를 해봐야 할 것이다. 큰 ‘대’ 자에, 취할 ‘취’, 의기로울 ‘협’, 이 세 글자를 쓴 ‘대취협’을 [...]
우주의 사과, 사과의 우주
다니카와 슌타로 <사과에 대한 고집>   <사과에 대한 고집 : 다니카와 순타로 시와 산문 1952-2015>, 2015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출판사 : 비채 청구기호: 830.81 다219ㅅ    석관동도서관/5층 일반자료실     여기 ‘힙’한 할아버지가 있다. 다니카와 슌타로. 올해로 85세인 그는 <철완 아톰>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곡 가사를 쓴 장본인이다. ‘다니카와(계곡에 흐르는 강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