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학생으로 산다는 것
  삼월이 다 지나고 사월에 접어들고 나서야 국가 근로 발표 전화를 받았다. 현재 국가 근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삼 개월째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르면 사월 말, 아니면 오월이라는 확실치 않은 소문만 들리고 있다. 이렇게 미뤄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근로를 하던 학생들은 여러 가지 곤란을 겪고 있다. 근로를 하지 않고 있었던 [...]
우리의 극장은 신기루인가
신기루 너머의 극장은 가능할까?   본교는 수요일마다 정기 상영을 하는 ‘수요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수요영화관’ 라인업은 대체로 본교 출신의 연출이나 배우가 출연한 성공한 영화, 이미 개봉한 지 좀 지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고전, 선정 연유를 알 수 없는 상업영화로 채워지고 있다. 본교 연출이나 배우의 영화를 제외한다면, 이 극장은 기존에 존재하는 타 대학 극장이나, 예술영화관과 어떤 차별적인 지점을 [...]
‘생각나는 사람’이 된 사람, 김동현
‘생각나는 사람’이 된 사람, 김동현
본 글은 얼마전 세상을 달리하신 연극원 연출과 김동현 교수를 추모하여, 평소 각별한 사이였던 연극원 극작과 박상현 교수로부터 기고 받은 글입니다.     지난 겨울, 12월 11일이었다. 입시도 마무리되면서 한 학기도 마감되고, 한 주가 기우는 금요일, 일찌감치 해가 지고 있었다. 김동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아직 학교세요? 평창동에서 저랑 차나 한잔 하시죠.” 그와 나는 한 동네에서 세를 살고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 못하는 레퍼토리 공연의 문제
연극원에서는 매 학기 레퍼토리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한두 편 올라간다. 이 공연들은 수업의 일환으로 연극원 내 각 과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연출을 맡는다. 커다란 프로덕션 안에서 미리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연기과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레퍼토리 공연에 참여해야 한다. 연출과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으나 지금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레퍼토리 공연에 대한 문제점들은 모두가 알고 있으나 침묵해왔다. [...]
한국에서 흡연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것은 소심하게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나의 과거에 대한 고백이다. 나는 언제나 늘 튀지 않아야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 ‘여자아이는 얌전해야 한다’ 라고 계속 교육 받았던 나의 유년 시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담배도 그런 것이었다. 스무 살 넘어서 피우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이 나의 여성성을 해하는 족쇄처럼 [...]
절망 속에서 토론하기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연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정도로 단순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문제가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문제 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고 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생겨나는 문제들을 계속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의 집합을 삶이라고 기꺼이 [...]
위계가 없으면 좋은 연극 못 만드나요
연극원 엘리베이터 앞에 공연 수다판이 개설되었다. 누군가가 A4용지 크기의 화일 안에 2학기 연극원 공연들의 제목을 적고, 그 밑에 학생들이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정식 비평이 아닌 메모만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이것이 유의미한 시도라는 반응이 많다. 정혜린(연극원 연출과 13) 씨는 “지금처럼 피드백 없이 공연만 넘쳐나게 된다면 만드는 사람에게도 보는 [...]
2012년 9월부터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듣고 쓴 것들
한예종 비정규직 노조 출범 세 돌에 부쳐   지난 9월 11일 우리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출범 세 돌 기념식이 있었다. 나로서는 노조가 출범하는 시작부터 나름대로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에 감회가 깊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은 그 시기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출범 기사 등을 썼던 경험 등을 정리한 글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편집국장 칼럼   도시가 스스로의 청결을 유지하는 기본 전략은 더러운 것들을 한 군데에 밀집시키는 것이다. 현대의 생활 방식은 지속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도록 구성돼 있다. 우리는 방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쓰레기통에 모으고, 각자의 쓰레기통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더 큰 쓰레기통에 모여 건물 밖으로 배출된다. 그것들은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매립지 같은, 일종의 굉장히 큰 쓰레기통으로 옮겨져 최종적인 [...]
그렇게 죽음과 소녀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죽음과 소녀는 깊은 잠에 빠졌다
《여자친구》전 참관기     이 글은 서브컬처의 특정 장르에 대한 어떤 분석이나 비평이라기보단 처음으로 동인행사에, 그것도 백합 동인행사에 참가했던 만 23세 남성의 간략한 참관기 혹은 이러한 문화에 대한 그간의 간략한 인상을 담은 글이다. 나는 지난 5월 24일 서울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작백합 배포전: 여자친구>에 갔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행사의 명칭만 갖고도 이미 여러 층위의 정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