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의 없이 너의 몸을 먹었다
나는 동의 없이 너의 몸을 먹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시흥 고양이 학대 사건 영상을 공유하며 분노를 표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구제역으로 인해 6200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당했다. 몇천 마리의 돼지가 산 채로 땅에 쏟아진 그 날도 나는 누군가가 올린 돼지고기 사진을 보아야 했다. 만약 6200마리의 고양이의 생매장이라면 우리는 그 사건을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약 사람들에게 동물 학대에 [...]
소년은 본인이 네오라고 생각하려다 말았다
우리는 사람. 우리는 오해하고 스쳐 지나간다. 운동하는 세계. 모든 것은 움직이며 시차를 만들어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시야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이해한다. 질 낮은 해상도를 가진 우리의 감각. 우리의 나약한 인식은 오차와 왜곡으로 수렴한다. 종종 우리는 선후 관계와 인과관계 사이에서 길을 헤매기도 한다. 우리는 자주 미워하고 많은 것들을 감춘다. 부끄러운 [...]
내 안의 융합, 나와 너의 융합, 우리와 사회의 융합
내 안의 융합, 나와 너의 융합, 우리와 사회의 융합
  내 안의 융합 초등학교 때 세운상가에 종종 가곤 했다. LED, 저항, IC, 기판 등등 온갖 전자 부품들은 나를 언제나 설레게 했다. (특히 LED는 지금도 그때의 느낌을 상기시킨다) 당시 월간지 “라디오와 모형”이나 “디지털 게임기 제작집” 같은 책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였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운상가에서 사 온 부품들을 기판에 납땜하여 라디오를 만들거나 게임기를 만드는 일은 나의 [...]
섹스 무비로서의 블랙 팬서
이제는 미남을 죽일 때다.   미인은 반드시 끝에 가서 죽는다. 할리우드 고전기 ‘작가 감독’들이 배태한 영화 대부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악상을 끝맺지 못한 마를렌느 디트리히에게 총살을 가하는 조셉 폰 스턴버그의 <불명예>(1931), 로맨스를 생각하며 마을에 온 미인을 트라우마에 빠뜨리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1963), 마릴린 먼로의 개인성을 사회적으로 말살한 하워드 혹스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 등 방식도 아주 [...]
#다시만날수있을까요
사라져 가는 예술영화전용관: 국도예술관   떠올려 보자. 너무나 명백하게 옳은 것이라고 여겨지는 나머지 그것을 고수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에게 죄악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입장이나 태도가 무엇인지를. 내게는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입장이 바로 그러한 것들 중 하나였다.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지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바람직한 자세라서 누구든 옹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심지어 이 사안에 대해서는 누구도 감히 반대 의견을 내세울 리 [...]
무용원 위계폭력, 이제부터라도 바뀌어야
얼마 전 친구로부터 기사 링크와 함께 “너희 과는 괜찮냐”는 우려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링크를 들어가 기사를 읽어보니 우리학교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처음 보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작년 12월 무용원 모 계열 4학년 학생들이 후배인 1학년부터 3학년 학생들을 집단폭행했다. 이후 학교는 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파악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조치를 취했다. 전통예술원 남자 상견례와 음악원 피아노전공의 위계문제가 대나무숲을 통해 [...]
당신이 말을 마칠 때까지, 함께
고발의 목소리가 계기가 된 언론의 보도는 단기간에 정치계, 법조계 그리고 문화예술계 등에서 성범죄 가해자들의 거대 권력을 무너뜨렸다. 대표적으로 안태근 검사, 이윤택 연출, 김기덕 감독 그리고 최근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었다. 우리학교 역시 피해자들의 대대적인 미투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2월 박재동, 김석만 교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가해자들 개인의 명예와 함께 국립예술학교로서의 위신도 훼손되었다. 김봉렬 총장은 [...]
기자 칼럼
기자 칼럼
종종 안경을 벗어도 여전히 끼고 있는 듯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남들의 졸업을 바라보는 내 심정이 그렇다. 얼굴에 씌운 것도 없는데 안경 받침이 코뼈를 누르는 느낌이다. 마음을 조이는 짐이 하나 더 얹힌다.   나는 지난 이월에 졸업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이 대학 학부 신입생이 되었다. 올해 졸업과 입학을 모두 겪은 셈이다. 두 번의 새내기를 겪는 [...]
[기고] 여행의 단상(2) 완전한 대화
스몰토크란 멋쩍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하는 간단한 대화를 가리킨다. 정보 전달보다는 분위기를 바꾸는 게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대개는 서로가 신경쓰거나 책임질 필요 없는 내용을 이야기 주제로 한다. 친해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렇지만 친해지기 또한 업무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대화는 ‘지금 여기’ 이외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게 만들곤 한다. 결과적으로 친밀해지기 위해 하는 스몰토크가 더러는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강박과 [...]
[기고] 여행의 단상(1) 지나간 시간을 이야기하기
우리는 시간을 차별 대우한다. 당시에는 똑같이 흘러가는 숫자일 따름이지만, 어떤 시간은 기억되지도 못한 채 몇 분 몇 초에 그치고, 어떤 시간은 두고두고 기억하여 끊임없이 지속된다. 소중한 시간과 경험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되뇌는 우리의 이야기가 그때를 소중하게 만드는 셈이다. 그로써 시간은 길이와 속도와선명도가 조정될 수 있다. 어쩌면 모든 경험은 그렇게 이야기되기를, 그래서 순간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