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l Young, <Time Fades Away> – 도큐멘트된 어느 혼돈과 파열의 연대기
Neil Young,
1972년과 1973년은 캐나다 뮤지션 닐 영에게 기쁨의 시기였어야 했다. 1972년 발표한 의 성공은 그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사건이었다. 비타협적인 섬세함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누구라도 반길만한 멜로디로 무장한 이 컨트리 록 앨범은 사이키델릭 록이 지나간 자리를 채우는 일등 공신 중 하나였다. 영은 이 앨범을 통해 1970년대 컨트리 록 붐에 동참했다. 베트남전은 끝났고 사람들은 사이키델릭 록의 전투적인 환각에 넌더리를 내며 과거의 음악에 매혹되었다. 하지만 영은 이런 성공을 혐오했다. [...]
대학국악축제는 안녕하신가요?
바람의 향기가 달라지는 계절, 매년 국립국악원에서는 10개 대학의 대학국악축제가 열린다. 학교마다 고유한 색을 뽐내기 위해서 각각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매년 열리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의무적으로 연주하는 재롱잔치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5개의 대학의 공연을 관람하고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색해야 하는 길은 어디인지 고민해보았다. (날짜순으로 기재)   소문난 잔칫집 한양대 가장 전통적이라고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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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들여다본 휴대폰에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드라마 작가였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어서 어쩐 일일까 불길한 마음이 앞섰지만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회신을 채근하는 듯해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채 한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 너머에서 슬픔을 애써 가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업하던 원고가 사라졌다’고 했다. 지인 중 그나마 컴퓨터에 [...]
오정희와 나
작가 ‘오정희’ 를 말할 때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년이다. 어린 아이부터 중년 여성까지, 오정희는 작가 자신의 나이가 변해감에 따라 여러 여성 화자를 내세운다. 화자와 작가의 나이가 변하면서 소설이 안고 있는 문제의식과 딜레마도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중국인 거리> 와 <유년의 뜰> 에서 오정희가 보여주었던 유년의 모습이다.   유년은 [...]
밥벌이와 예술
나는 책읽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친구들과 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게임이나 축구에 대해서 말하는 걸 좋아했고, 그런 친구들과 적당히 어울렸다. 그래서 인문학적 유희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절반쯤 다녔을 때 관심은 자연스럽게 예술로 전이되었다. 하지만 이미 인문계 고등학교의 이과로 진학한 상태였고, 예술분야로 진학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지 않았다. 그저 이과에서 전공을 선택한다면 인문학과 공학, [...]
Into the woods
1933년, 뉴욕 지역에서 미술품 도난사건이 잦아지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독일 셰퍼드 한 마리를 고용했다. 소정의 박물관 매니지먼트 과정을 마치고 업무에 투입된 경비견 돈(Don)은 낮에는 미술관 뒷마당에서 낮잠을 자고, 오후 6시가 되면 미술관 내부를 활보하며 경계근무를 섰다. 어찌나 경계심이 투철한지 미술관 2층의 마야 조각상을 보고도 짖어댈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났을까, 돈의 역량에 의문을 표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 [...]
돌곶이에서 추석을 맞다
나는 명절이 싫다.    정확히 말하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어쩔 수 없이 엮인 사람들이 화목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한데 모이는 모습이 보기 싫다. 지극히 이질적이고 불쾌하다.  그것은 내가 단 한 번도 ‘나’의 가족을 화목한 군상으로 여겨본 적이 없기 때문임에도 있을 테다. 하지만 명절이 더욱 싫은 이유는 내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친가에 내려가지 않기 전까지 군말 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개원 25주년 연주를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개원 25주년 연주를 마치고
유학 없이 세계 정상급의 예술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 아래 25년 전 개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 초대 총장은 예산, 건물도 없이 종이(설치령) 달랑 한 장 가지고 학교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셋방살이로 어렵사리 시작했다. 각지에서 능력 있는 교원을 초빙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현재 6개원 개원, 서초ㆍ석관ㆍ대학로 캠퍼스 운영, 유명한 경연대회에서 약 1,145건의 수상자들을 배출해냈다. 특히 [...]
나는 동의 없이 너의 몸을 먹었다
나는 동의 없이 너의 몸을 먹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시흥 고양이 학대 사건 영상을 공유하며 분노를 표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구제역으로 인해 6200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당했다. 몇천 마리의 돼지가 산 채로 땅에 쏟아진 그 날도 나는 누군가가 올린 돼지고기 사진을 보아야 했다. 만약 6200마리의 고양이의 생매장이라면 우리는 그 사건을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약 사람들에게 동물 학대에 [...]
소년은 본인이 네오라고 생각하려다 말았다
우리는 사람. 우리는 오해하고 스쳐 지나간다. 운동하는 세계. 모든 것은 움직이며 시차를 만들어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시야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이해한다. 질 낮은 해상도를 가진 우리의 감각. 우리의 나약한 인식은 오차와 왜곡으로 수렴한다. 종종 우리는 선후 관계와 인과관계 사이에서 길을 헤매기도 한다. 우리는 자주 미워하고 많은 것들을 감춘다. 부끄러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