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 기록에 관한 소고
음악 감상에서의 엿듣기 0. “나는 완강하게, 깨어나지 않은 채, 단절과 적대감이라는 타고난 운명에 사로잡힌 채 문 뒤에 또다시 숨어 있었으니, 활짝 열려고 생각했대도 헛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지금도 못하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주1) 『문 뒤에서』(1964)는 이탈리아의 유대인 작가 조르조 바사니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사적인 고립감 속의 청소년 화자는 카톨리카라는 동급생에게 동경을, 루차노라는 또 [...]
2010년대의 풍경(3) ye 2018-2019
지난 글(참고기사 제 316호 “2010년대의 풍경(2): 유튜브 웜홀”)에서는 유튜브 웜홀과 조울증을 이야기했다. 결론 없이 본론만 늘어놓았다. 결론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본론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주제에 대해 작년부터 서론이나 본론 없이 결론만, 논거 없이 주장만 펼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칸예 웨스트라는 래퍼다. 나는 칸예를 21세기의 조울증 아티스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칸예의 여덟 번째 [...]
2010년대의 풍경(4) 코미디는 가능한가?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 그리고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Hannah Gadsby : Nanatte)> 작년 6월, 호주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스페셜 쇼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Hannah Gadsby : Nanatte)>(이하 <나네트>)가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은 <나네트>에 대한 이야기로 폭발했다. 뉴욕 타임즈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논의된 코미디 스페셜”(주1)이 된 것이다. <나네트>는 [...]
음악대학 연합 축제 이대로 괜찮은가
대학국악축제와 대학오케스트라 축제를 중심으로 지난 19일 우리학교 전통예술원은 국립국악원에서 대학 국악 축제에 참여했다. 한편 지난 29일 음악원은 예술의전당에서 오케스트라 축제에 참여했다. 축제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각 공연은 2015년과 2013년, 대학의 정기연주회를 축제 형식으로 엮어 전공자 간 상호 교류 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축제의 취지는 건전해 보인다. 하지만 준비 과정부터 공연을 [...]
폴리아티스트 김은정 인터뷰
폴리아티스트 김은정 인터뷰
<아가씨> <리틀포레스트> <1987> <암살> 등 40여 편의 작품 폴리아티스트로 참여 우리나라의 전문 폴리아티스트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그 중 유일한 여성 전문폴리아티스트이자 우리학교 영화과 전문사 음향전공을 졸업한 김은정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크린 위로 드러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영화 음향은 영화를 탄탄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 중 폴리(Foley)는 영화 속 인물 [...]
사진기획: 이번 호의 공연. 나비떼
사진기획
이번 호의 공연. 나비떼
“번데기도 헷갈릴 거 아니야. 내가 애벌레인지, 나비인지. 나비인지, 애벌레인지. 자기가 나비인 줄 알고 그냥 거기에 있는 거야.” 정세미 기자deepfocus@karts.ac.kr [...]
나만의 독서방법 찾기
다시 읽기와 깊이 읽기에 대하여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강조하지만 꾸준히 책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3년 전부터 나는 매일 책을 읽어오고 있다. 독서 습관이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았다. 규칙적인 독서 습관을 들이기까지 거의 백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독서는 근육 운동과 비슷하게 기초 근육을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나만의 몇 [...]
키치는 인간을 모욕하지 않는다
키치는 인간을 모욕하지 않는다
<안은미래>, 무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서울시립미술관이 6월 26일부터 9월 29일까지 <안은미래> 전시를 개최했다. 이 문장을 쓰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브로슈어를 들춰봤다. 나는 안은미를 모르고, 어쩌면 그의 작업에 큰 관심조차 없다. 유명하다는 그를 전시로 처음 알았을뿐더러 무용은 난해해서 흥미가 사그라진다. 나는 무당의 난도질과 여령의 검무를 구별할 줄 모른다. 안은미를 안다는 이들 역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안은미를 [...]
불명예 복기
불명예 복기
영화 공부와 고전 영화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면 고전 영화를 봐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꼭 고전 영화를 보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차라리 이런 반론이 낫다. ‘영화를 공부하는 일과 영화를 많이 보는 일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따라서 고전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이러한 반론에서 흥미로운 것은, 반론의 전제보다는 이렇게 말하게 된 동기다. (부연하면 [...]
아니, 그 일요일은 끔찍했어
아니, 그 일요일은 끔찍했어
구로사와 아키라의 ‘졸작’ <어느 멋진 일요일>(1947) 다시 보기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로 유명한 구로사와 아키라(이하 AK)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느 멋진 일요일>은 특이한 작품이다. <어느 멋진 일요일>은 AK가 유일하게 각본에 참여하지 않은 영화다. 또한 유일하게 ‘제4의 벽’을 깨뜨리는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거장 AK의 다분히 ‘이질적인’ 영화 <멋진 일요일>은 여태껏 얼마나, 어떻게 언급되어 왔을까. AK를 중점적으로 [...]